사과/ 송찬호
머리 위에서 터지던 사과탄은 붉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둥글고 주먹만한 회색빛 사과탄은 그 매운
최루가스만큼이나 붉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수원에 이르러, 우리는 쉬이 잊혀졌던
어떤 사소한 기억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것은 돌팔매처럼 먼 전선으로부터 날아왔다는 것
날아와선 꽃씨 주머니처럼 인정사정없이 터졌다는 것
예나 지금이나 세상은 아직 꽃밭이 아니어서 그걸 도로 집어 던지기도 했다는 것
과수원은 사과 따기가 한창이었다 그 중 어떤 건
이 계절 내내 가지에 매달려 있어야 하겠지만
우리는 발아래 사과 하나를 주워 들었다
대체 누가 이 사과의 핀을 뽑아 버렸을까
사과는 붉다 터질 것 만큼이나 붉다
「문예연구」 2007년 겨울호
송찬호 시인
1959년 충북 보은에서 출생, 경북대 독문과를 졸업.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6호에 <금호강> <변비> 등을 발표하면서 시단에 등장.
시집<<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 동안의 빈 의자><붉은 눈, 동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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