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를 주세요 / 마경덕
이게 전부요? 이력서가 되물었다. 쓰윽, 가윗날이 스쳤다. 가방끈이 짧구먼, 입이 큰 쓰레기통이 말했다. 창밖에… 비가 오고, 빗줄기가 꽃모가지를 치고 피다만 꽃이 발에 밟혔다. 소식 끊긴 애인이 대문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꼭 와줄 거지? 애인이 보낸 청첩장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나는 나에게 선물을 받고 싶었다. 실반지는 얼마죠? 화려한 금은방은 대꾸도 없었다. 생일선물이 나를 비웃었다. 손님, 사실 거예요? 친절한 백화점이 정중히 물었다. 나는 들고 있던 옷을 내려놓았다. 가격표가 킥킥, 코웃음쳤다.
그만 일어나요. 성질 급한 미용실이 말했다. 다리를 꼬고 앉은 사모님에게 동네 미용실이 달려가 허리를 굽혔다. 애인이 결혼을 하는 그 시간, 머리카락을 털며 팁이 나를 비웃었다. 나는 오래된 애인을 싹둑 자르고 일어섰다.
-미발표
마경덕 시인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향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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