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떨어지는 것은 눈부시다 / 곽경효

문근영 2010. 1. 27. 10:07

떨어지는 것은 눈부시다 / 곽경효




1
떨어지는 것이 눈부신 까닭은
쓸쓸한 저녁이 있기 때문이다


화들짝 피었던 영산홍 꽃잎이
그림자를 지우며 지상으로 곤두박질 칠 때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햇빛 속으로 사라질 때
가을걷이를 끝낸 논바닥에 한 움큼의 이삭이
노을 속에서 혼자 젖고 있을 때


2
구겨진 손수건 같은 나뭇잎 한 장
손바닥에 올려놓고 가만히 들여다본다
무심히 스쳐간 네 눈빛이 보일 듯 말 듯
너는 이따금씩 가물가물 다가와
움켜쥔 손을 그만 놓으라 한다
제 손을 놓아버린 나무들의
옆모습을 바라본다


내 몸 속의 푸른 상처,
아직 아물지 않은 마음마저 내려놓는다



- 시와 시학 2005년 포엠토피아 신인당선작



곽경효 시인
전북 무주에서 출생했다.
2001년 '충남예술 신인상'과 2005년 '포엠토피아' 신인상에 당선
현재 『천안여류시인회』동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