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2월 / 오세영

문근영 2010. 1. 27. 09:58

2월

오세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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