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 김완하
매미 하나 둘 떠나갈 때부터
나무는 가슴에 고이는 적막 힘겨웠다
가지마다 생기 일깨우던 매미
나뭇잎에 그늘 불어넣던 매미 생각에
나무는 잎사귀마다 몸을 뒤채며
서서히 말라간다
맨 마지막 매미 한 마리도
깊고 깊은 울음 독이 텅 비어
누더기 옷으로 소리의 바닥에 가 눕는다
순간, 숲의 긴장이 일시에 무너진다
매미 떠난 빈 자리
나무들 뿌리에 고인 그늘 퍼올려
잎사귀마다 갈증 재우기 시작한다
숲의 적요 깊어 다 채울 수 없다
그때 나무들은 견딜 수 없는
시간의 무게를 비우기 위해서
서둘러 잎을 내다 버린다
김완하 시인
1958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나 한남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시와정신' 편집인 겸 주간을 맡고 있고, 한남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87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시「눈밭」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시집으로「길은 마을에 닿는다」「그리움 없인 저 별 내 가슴에 닿지 못한다」가 있고, 그 외 연구서「신동엽의 시 연구」와 비평집으로「한국 현대시의 지평과 심층」「중부의 시학」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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