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자존심/손옥자

문근영 2010. 1. 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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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손옥자

 

 

무심한 칼날이 고등어의 머리를 뎅겅 잘라냈다

그 때였다

쓰레기통으로 굴러떨어지는 머리에서

똑바로 뜨고

나를  쳐다보는

고등어의 눈길과 마주쳤다

커다란 두 눈에 눈물이 고인 듯 번쩍 빛이 났다

 

몸통만 남은

고등어는 잘린 등에 둥근 수평선을 걸고

죽은 듯 바다를 품고 있었다

 

고등어의 배를 가르고 창자를 꺼내니

한 줌밖에 되지 않았다

고까짓 한줌의 자존심 때문에

한 생애를 아프게 살았는지

온몸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시집 <배흘림 등잔> 2004년 문학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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